컴퓨터 내부 청소를 마쳤는데도 CPU 온도가 여전히 높고, 팬 소음이 시끄럽게 들리나요? 분명히 잘 작동하던 PC가 이유 없이 느려지고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잦아졌다면, 우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합니다. 바로 CPU와 쿨러 사이에 숨어있는 ‘서멀구리스’의 노화입니다.
많은 분이 이 회색의 끈적한 물질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합니다. 하지만 서멀구리스는 컴퓨터의 ‘뇌’인 CPU를 과열로부터 지켜주는 매우 중요한 열의 통로 역할을 합니다. 핵심은 이 열의 다리가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제 역할을 못 하게 되며,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서멀구리스, CPU의 열을 식히는 다리
CPU는 컴퓨터의 모든 연산을 처리하며 엄청난 열을 발생시킵니다. 이 열을 식히지 못하면 CPU는 손상될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CPU 위에 ‘쿨러’라는 냉각 장치를 장착합니다. 하지만 CPU의 표면과 쿨러의 바닥면은 우리 눈에는 평평해 보여도, 미세한 현미경으로 보면 울퉁불퉁한 틈이 존재합니다.
서멀구리스는 바로 이 미세한 틈을 메워주는 ‘열 전도 물질’입니다. CPU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이 공기층의 방해 없이, 쿨러로 100%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죠. 만약 이 다리가 부실하거나 끊어져 있다면, 아무리 좋은 쿨러가 달려있어도 CPU의 열은 식혀지지 않습니다.
"바꿀 때가 됐어요" CPU가 보내는 신호
그렇다면 이 중요한 서멀구리스는 언제 다시 발라줘야 할까요? 몇 가지 명확한 신호가 있습니다. 첫째, 특별히 무거운 작업을 하지 않는데도 CPU 온도가 평소보다 10도 이상 높게 측정될 때입니다. 둘째, 컴퓨터를 구매한 지 2~3년 이상 지났지만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을 때입니다. 셋째, 내부 먼지 청소를 마쳤음에도 팬 소음이 줄어들지 않을 때입니다.
이런 증상들은 서멀구리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열에 의해 딱딱하게 굳거나 말라버려, 열 전도 성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제 역할을 못 하는 낡은 다리를 허물고, 새롭고 튼튼한 다리를 놓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준비물, 생각보다 간단해요
전문적인 작업처럼 보이지만, 서멀구리스 재도포에 필요한 준비물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가장 중요한 ‘새 서멀구리스’ 주사기형 제품 하나와, 기존의 굳은 서멀구리스를 닦아낼 ‘소독용 알코올(이소프로필 알코올)’과 ‘면봉 또는 부드러운 천’만 있으면 됩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컴퓨터의 전원을 완전히 끄고 전원 케이블까지 분리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또한, PC 내부의 금속 부분에 손을 대어 몸의 정전기를 방전시켜 주는 것도 잊지 마세요. 이 작은 준비 과정이 당신의 소중한 부품을 안전하게 지켜줍니다.
닦고, 짜고, 덮기 - 3단계 재도포 과정
이제 본격적으로 서멀구리스를 다시 발라보겠습니다. 먼저, 메인보드에 장착된 CPU 쿨러를 조심스럽게 분리합니다. 쿨러를 떼어내면, CPU 윗면과 쿨러 바닥면에 회색으로 굳어있는 기존 서멀구리스의 잔여물이 보일 겁니다.
1단계 (닦기): 소독용 알코올을 면봉이나 천에 넉넉히 묻혀, CPU와 쿨러 바닥면의 낡은 서멀구리스를 깨끗하게 닦아냅니다.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여러 번 꼼꼼히 닦아 거울처럼 반짝이는 표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2단계 (짜기): 깨끗해진 CPU의 정중앙에, 새 서멀구리스를 ‘쌀알 한 톨’ 또는 ‘콩알’ 정도의 크기로 짜줍니다. 너무 많이 짜면 쿨러를 장착했을 때 옆으로 새어 나와 메인보드를 오염시킬 수 있으니, 욕심부리지 말고 소량만 짜는 것이 핵심입니다.
3단계 (덮기): 마지막으로, 분리했던 쿨러를 원래 위치에 그대로 올려놓습니다. 이때 쿨러를 비비거나 문지르지 말고, 수직으로 살짝 올려놓는다는 느낌으로 장착한 뒤, 나사나 고정 클립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해 주면 됩니다. 쿨러의 압력에 의해 서멀구리스는 자연스럽게 얇고 고르게 펴지게 됩니다.
전문가처럼 바르는 몇 가지 팁
서멀구리스를 바르는 방법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중앙에 한 점으로 짜는 ‘당구장 방식’ 외에도, X자 모양이나 5점(가운데와 네 모서리) 모양으로 짜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든 핵심은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서멀구리스를 주걱이나 카드로 얇게 펴 바르는 방법도 있지만, 초보자의 경우 이 과정에서 먼지가 들어가거나 공기 방울이 생길 수 있어 추천하지 않습니다. 중앙에 적당량을 짜고 쿨러의 압력으로 자연스럽게 펴지게 하는 것이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서멀구리스, 비싼 게 무조건 좋은 건가요?
A. 물론 고가의 서멀구리스가 열 전도율이 더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몇천 원대의 국민 서멀구리스(예: MX-4, MX-5 등)만으로도 충분하고 넘치는 성능을 보여줍니다. 아주 극한의 오버클럭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싼 제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Q. 실수로 서멀구리스가 메인보드에 묻었어요. 어떡하죠?
A. 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의 서멀구리스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비전도성’이므로, 메인보드에 약간 묻었다고 해서 쇼트가 나지는 않습니다. 알코올을 묻힌 면봉으로 조심스럽게 닦아내면 됩니다. 하지만 금속 성분이 포함된 일부 고성능 서멀구리스는 전도성이 있을 수 있으니, 구매 시 제품 설명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노트북도 서멀구리스를 다시 발라줘야 하나요?
A. 네, 그렇습니다. 특히 내부 공간이 좁아 발열에 더 취약한 노트북은 데스크톱보다 서멀구리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합니다. 다만, 노트북은 분해 과정이 훨씬 더 복잡하고 부품이 손상될 위험이 크므로, 경험이 없다면 직접 하기보다는 전문 수리점에 의뢰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CPU 써멀 재도포, 주기가 보통 어느정도인가요? - 쿨엔조이
써멀구리스는 수명이 6~7년으로 길고, 특별히 온도가 높아지거나 쿨러를 분리했을 때만 재도포를 고려해도 충분하다는 실제 사용자 경험과 전문가 의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서멀 그리스를 도포하는 방법 - 인텔 공식
몇 년에 한 번 정도 재도포하면 충분하며, 쿨러를 분리했거나 CPU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진 경우 반드시 새로 발라야 하며, 쌀알~완두콩 크기로 중앙에 소량 도포하는 방법 등 공식 가이드가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 서멀구리스의 종류, 특징, 사용방법, 교체시기 - dream1472 블로그
서멀구리스는 노화나 건조 시 교체가 필요하며, 오버클럭 등 고성능 환경에서는 3~6개월, 일반 사용자는 1~2년 주기로 점검 및 재도포를 권장합니다. 교체 방법과 주의사항도 함께 안내합니다. - 컴퓨터 서멀그리스 재 도포 하기 - 썸타임매뉴얼
서멀구리스는 소량만 도포해도 쿨러 장착 시 자연스럽게 퍼지므로, 넘치지 않게 쌀알 크기로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실전 팁이 정리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