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는데, 익숙한 윈도우 로고 대신 "부팅 가능한 장치를 찾을 수 없습니다(No bootable device found)"라는 낯선 영어 메시지만 덩그러니 떠 있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경험이 있으신가요? 마치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는데 엔진이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 이 오류는, 많은 사용자를 패닉에 빠뜨립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부터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는 하드디스크나 SSD가 완전히 고장 났다는 사형 선고가 아닙니다. 컴퓨터가 윈도우가 설치된 ‘올바른 길’을 일시적으로 잃어버렸거나, 연결선이 살짝 빠지는 등의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핵심은 컴퓨터가 부팅의 시작점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몇 가지 길 안내를 해주는 것입니다.
1. 엉뚱한 곳을 헤매는 컴퓨터, '부팅 순서' 오류
이 오류가 발생하는 가장 흔하고도 어이없는 원인은 바로, 부팅 순서가 잘못 설정된 경우입니다. 컴퓨터는 전원이 켜지면, 바이오스(BIOS)에 정해진 순서에 따라 윈도우를 찾아 나섭니다. 그런데 이 순서의 1번이 윈도우가 설치된 메인 저장장치(SSD 또는 HDD)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설정되어 있으면 컴퓨터는 길을 잃고 헤매게 됩니다.
특히 USB 메모리나 외장 하드를 컴퓨터에 꽂아 둔 채로 재부팅했을 때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합니다. 컴퓨터가 메인 저장장치 대신, 윈도우가 없는 USB에서 부팅을 시도하다가 실패하는 것이죠. 가장 먼저 할 일은, 컴퓨터에 연결된 모든 USB 장치와 외장 하드를 뽑고 다시 부팅해 보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문제가 허무하게 해결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만약 USB를 제거했는데도 문제가 계속된다면, 바이오스 설정에 직접 들어가 부팅 순서를 바로잡아 주어야 합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키보드의 F2 또는 Del 키를 연타하여 바이오스 화면으로 진입한 뒤, ‘Boot’ 또는 ‘Boot Priority’ 메뉴를 찾아보세요. 여기서 ‘1st Boot Device’를 윈도우가 설치된 나의 SSD나 HDD(보통 Windows Boot Manager로 표시됨)로 변경하고 저장하면, 컴퓨터는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 정상적으로 부팅될 것입니다.
2. 느슨해진 연결선, 'SATA 케이블' 접촉 불량
소프트웨어적인 문제가 아니라면, 다음으로 의심해야 할 것은 바로 하드웨어의 ‘물리적인 연결’ 상태입니다. 컴퓨터의 메인보드와 저장장치(SSD/HDD)는 ‘SATA 케이블’이라는 선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주고받습니다. 그런데 이 케이블이 미세하게 헐거워지거나 빠져버리면, 컴퓨터는 저장장치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컴퓨터 내부의 진동이나 청소 중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SATA 케이블은 생각보다 쉽게 느슨해질 수 있습니다. 해결책은 PC의 전원을 완전히 끄고 옆판을 연 뒤, 메인보드와 저장장치에 연결된 SATA 데이터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을 모두 뺐다가 ‘딸깍’ 소리가 나도록 다시 단단하게 꽂아주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케이블 재결합’만으로도 인식 불량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3. 길을 잃은 윈도우, '부트 레코드' 손상
부팅 순서와 물리적 연결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오류가 계속된다면, 윈도우의 부팅을 담당하는 핵심 파일, 즉 ‘부트 레코드(MBR/GPT)’가 손상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시스템 강제 종료, 악성코드 감염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치 목적지로 가는 지도의 첫 페이지가 찢어져 버린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이 찢어진 지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윈도우 설치 USB’라는 응급 도구가 필요합니다. 윈도우 설치 USB로 부팅한 뒤, 설치 화면에서 ‘다음’을 누르지 말고 왼쪽 하단의 ‘컴퓨터 복구’ 옵션을 선택합니다. 그 후, [문제 해결 > 고급 옵션 > 명령 프롬프트]를 실행하여, 몇 가지 복구 명령어를 직접 입력해주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명령어는 bootrec /fixmbr, bootrec /fixboot, bootrec /rebuildbcd 등이며, 이 명령어들은 손상된 부팅 정보를 새로 쓰거나 다시 구축하여 윈도우가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최악의 경우, 저장장치의 물리적 고장
위의 모든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가 여전히 저장장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안타깝게도 저장장치(SSD/HDD) 자체의 물리적인 고장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특히 하드디스크(HDD)에서 ‘딸깍, 딸깍’하는 주기적인 소음이 들린다면, 이는 하드웨어 수명이 다했다는 매우 심각한 신호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습니다. 만약 중요한 데이터가 들어있다면, 더 이상 전원을 켜지 말고 즉시 전문 데이터 복구 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데이터를 포기할 수 있다면, 새로운 SSD나 HDD를 구매하여 교체하고 윈도우를 새로 설치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바이오스에 들어갔는데, 부팅 장치 목록에 제 SSD가 아예 보이지 않아요.
A. 이 경우는 소프트웨어 문제가 아닌, 2번(케이블 접촉 불량)이나 4번(저장장치 고장) 문제일 가능성이 99%입니다. 가장 먼저 SATA 케이블과 전원 케이블이 단단히 연결되었는지부터 다시 확인해 보세요. 케이블을 교체해 보거나, 다른 SATA 포트에 연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Q. 어제까지 잘 됐는데, 왜 갑자기 이런 문제가 생기나요?
A.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블루스크린 후의 강제 재부팅은 윈도우 부팅 파일에 손상을 주기 쉽습니다. 또한, 컴퓨터 내부의 미세한 진동이 누적되어 케이블이 헐거워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했다면, 대부분 부팅 순서 오류나 케이블 접촉 불량 문제입니다.
Q. 윈도우 설치 USB는 어떻게 만드나요?
A. 다른 정상적인 PC와 8GB 이상의 USB 메모리가 필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에서 ‘Windows 설치 미디어 만들기 도구’를 다운로드하여 실행하면, 화면의 안내에 따라 누구나 쉽게 부팅 가능한 USB를 만들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및 도움이 되는 자료
- 윈도우에서 부팅 장치를 찾을 수 없는 오류 - EaseUS
BIOS 설정 오류, 저장장치 연결 문제, 부트 섹터·시스템 파일 손상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합니다. - Windows에서 부팅 장치를 찾을 수 없는 오류 원인 및 해결법 - 7DataRecovery
부팅 순서 오류, 디스크(SSD/HDD) 손상, 부트 섹터 손상 등 3가지 주요 원인을 사례별로 정리해 설명합니다.